7월 16, 2021

사무실을 빼기로 했다

사무실을 빼기로 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오랫동안 찾던 제품이 도매처에 입고된 것을 확인했고, 주문하여 오늘 도착하기로 했다. 다시 제대로 해보자 싶어 어제는 포장택과 로고 도장도 주문했다.

비가 그치고 난 후 맑아진 하늘에 더더욱 의욕을 고취시키며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는 샤브샤브 집이 하나 있었다.

꽤 큰 규모의 식당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장사가 어려워졌는지 사장님이 밖으로 나와 쿠폰을 나누어 주는 날이 많았다. 쿠폰을 나눠주는 사장님 얼굴이 너무 간절해보여 언젠가 한번은 먹으러 가야겠다 싶은 곳이었다.

어제까지만해도 있었던 그 가게가, 오늘 보니 간판이 사라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곧 미용실이 들어올 것이라는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왜인지 마음 한켠이 쿵! 내려 앉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사장님을 나와 동일시 하고 있었나보다.


사무실에는 주문한 물건이 도착해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는데, 아!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물건이 왔다. 업체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상세페이지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내가 원했던 유리잔이 있었다. 이거다! 내가 기다렸던 것은. 이 제품을 판매도 했었기 때문에 어떤 제품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 택배로 온 제품은 그 잔이 아니었다. 난감했다. 비슷하긴 했지만 느낌이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하아.

반품 신청을 했다.

도매처에서 전화가 왔다. 반품 사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상세페이지의 그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도 알텐데 왜 모르는척 얘기하는걸까. 나야말로 궁금했다.

상세페이지와 다른 제품이 왔다고 했더니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고, 상세페이지에 나온 그 제품이 맞다고 했다. 아무리 봐도 그 제품이 아닌데. 그 제품은 내가 판매도 했었고, 집에서도 사용하고 있는데. 억울했지만 싸우기는 싫었다. 그래서 단순 변심으로 하고 반품하기로 했다.


스토어를 시작한 후, 계속 이런 식이다. 불량이다 아니다로 실랑이를 해야하고, 아니면 다른 물건이 오고.

갑자기 기운이 빠졌다. 나는 이 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미래가 깜깜하게 느껴졌다.

순간 사무실을 빼려면 15일 전에는 알려줘야 한다는 조항이 생각났다. 사무실 관리자를 찾아갔다. 장사가 안되서 책상을 빼야겠다고 말하고 이달 말까지만 있겠다고 했다.

갑자기 사무실을 구했듯, 또 그렇게 갑자기 사무실을 빼게 됐다.


과거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했던 글을 이곳으로 옮겨 작성일이 안맞습니다.
2021년 4월 13일의 기록입니다.

* Featured Photo by Michal Balog on Unsplash